모닝페이지, 나를 만나는 시간
2025.03.07
w0nder

올해 초부터 시작한 '모닝페이지'가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글쓰기 챌린지였지만, 지금은 삶에 고요한 안정감을 더하는 소중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1월, 새해 첫날부터 모닝페이지 챌린지에 참여했다. 사실 나는 일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억지로 썼던 일기가 전부였을 정도로, 내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적는다는 것, 그것도 매일 아침마다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근본적으로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일기라는 게 물론 비공개이고 남에게 보여질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적어둔다는 행위가 내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까발리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살면서 나를 밖으로 보여주는 행위는 단순히 옷을 뒤집어 입는 것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 두려움은 오랫동안 나를 지배했고, 그래서 뭔가를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거대한 산과 같은 도전이었다.
첫날 아침, 아이패드를 꺼내 빈 페이지를 마주했을 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한참을 화면만 바라봤다. 결국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 전날의 일과 감정들을 적기 시작했다.
한 번 글을 쓰기 시작하자 뜻밖에도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성격상 주로 후회나 걱정, 고민들이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기록하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걱정들을 계속 써내려가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고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것들이 생각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의 복잡한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무질서를 정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매일의 글쓰기는 마치 내 마음속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맞추는 작업 같았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면 마음이 놀랍도록 차분해졌다.
자연스럽게 글을 쓴 후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집중력 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서두르던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의 속도를 조절하고 일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챌린지니까'라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모닝페이지는 하루를 시작하는 자연스러운 의식이 되어갔다. 주말에도, 여행 중에도 빼먹지 않고 글을 썼다.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모닝페이지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2개월간의 챌린지가 끝난 후에도 자연스럽게 계속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제는 삶의 당연한 일부가 되었다.
특히 깨달은 점은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지닌 독특한 마법이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순간, 모든 것이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에서 무질서하게 떠돌던 생각들이 글자로 형태를 갖추면서 내 생각과 감정이 물리적으로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흐릿했던 내면의 풍경이 선명한 윤곽을 드러냈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 생겼다.
글쓰기는 나에게 고유한 정신적 공간을 열어주었다. 아침의 고요 속에서 오직 나와 글자만이 존재하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세상의 소음은 잠시 멈추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통찰이 번개처럼 찾아왔고, 때로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의 실마리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나는 조금씩 더 선명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챌린지를 주도했던 분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그분에게서 느껴진 긍정적이고 멋진 에너지와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내면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는 단지 외적으로 바라본 나의 시선일 뿐, 실제 그분의 내면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에서 받은 인상과 느낌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분은 글쓰기를 사랑하는 분이었다. 글쓰기 관련 물건들을 판매하고, 다양한 글쓰기 프로그램들을 열정적으로 진행했다.
아마도 모닝페이지를 통해 내가 느낀 것처럼, 그분도 자신이 경험한 글쓰기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향유하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이런 활동들을 계속했을 것이다.
오늘도 모닝페이지와 함께 평화로운 아침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