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킥 후기
2025.04.27
w0nder

월요일에 사이드킥 베타 기수를 마무리하는 책거리 모임을 열었다. 함께했던 참가자들과 후기를 나누는 자리로, 사무실 회의실에서 포트럭 파티를 진행했다. 혹시 참가자들이 음식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빵을 잔뜩 준비했는데, 우연히도 모두가 빵을 사 왔다. 덕분에 빵 파티가 되었지만, 다행히 한 분이 떡볶이와 순대를 준비해오셔서 모두의 칭찬을 받았다. 다음 모임에서는 김밥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드킥은 내가 처음으로 운영한 유료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교육'이라기보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나나산님과 함께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나누고, 4주 동안 목표한 기능이나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베타를 시작하며 가장 큰 걱정은 참가자들이 지불한 금액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지였다. "내 경험이 정말 도움이 될까?", "참가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만한 가치를 느낄까?" 끊임없이 자문하며 부담감을 느꼈다. 유료 프로그램 운영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강박에 가까운 책임감을 가졌다.
특히 4주라는 짧은 기간 안에 참가자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의미 있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이 매주 세 번 이상 꾸준히 작업 인증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내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주간 미팅에서 한 참가자가 "채팅으로 쏟아지는 조언과 인사이트들, 각자의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서로의 프로덕트에도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해주었을 때는 마음이 뭉클했다.
모각작 운영 초기에는 작업에 집중하는 컨셉을 지향했지만, 흥미롭게도 참가자들은 오히려 서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더 원했다. 피드백에서도 "멤버들과의 소통이 좀 더 활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각자의 어려움과 고민을 좀 더 자유롭게 나눴다면, 심리적인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들으며 모각작의 방향성을 재고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네트워킹과 대화의 비중을 더 높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주간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뭐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주 동안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검증 단계를 막 지난 시점에 참여했는데, 기능 구현 단계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1년 넘게 묵혀두었던 아이디어의 첫 삽을 뜰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제품만 만들던 습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후기들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오래전 회사에서 내가 만든 첫 기능을 출시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다만 그때는 '내 제품'을 통한 만족감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만든 구조와 환경'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다른 종류의 기쁨이었다. 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에서도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경험을 통해 '가이드'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일에서 오는 기쁨은 내게 새로운 종류의 충족감을 주었다.
내가 운영하는 다른 스터디 모임은 참가자 이탈도 많고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자신감을 잃기도 했지만, 사이드킥을 통해 다시 용기를 얻었다. 걱정이 많았던 초반에 비해,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대체로 잘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보여준 꾸준한 성장과 만족스러운 후기는 나에게 다시 한번 확신을 주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특별한 느낌이었다.
이제 5월에 다시 참가자를 모집하고, 6월부터 정식 프로그램으로 이어가려 한다. 베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