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가 없는 도시에서

2025.06.08
profile_imagew0nder
짧게 2박3일로 칭다오에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화려한 관광지나 사진 찍기 좋은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그 도시에서 잠시 살아보는 걸 즐긴다. 에어비앤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나에게 완벽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숙소 근처를 거닐고, 동네 과일가게에서 현지 과일을 맛보고, 골목 구석에 숨겨진 맛집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 현지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 칭다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가 커피가 그리워져서 카페를 찾으러 나섰는데, 칭다오는 구글 지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칭다오는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까 사전 정보를 수집하기도 까다로웠다. 평소에는 여행할 때 철저하게 모든 걸 사전 조사하고 가는 성향인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며 탐색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하나 정도는 검색해둔 카페가 있어서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도중에 매력적인 카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직접 원두를 볶는 듯한, 한눈에 봐도 훌륭한 로컬 카페였다. 그 카페 앞에서 나는 잠시 망설였다. 여기에 들어갈까, 아니면 원래 목적지가 더 나을 거라고 판단해서 그곳으로 갈까? 섬세한 선택의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원래 계획했던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보다는 저기가 더 확실하겠지. 여긴 검증되지 않은 곳이니까 리스크가 있겠지.' 그런 합리화 때문에 안전한 선택에 베팅한 것이다. 물론 도착한 곳도 충분히 훌륭했다. 커피도 풍미가 좋았고 인테리어도 세심했다. 하지만 관광 구역이라 인파로 북적였다. 자리 확보도 어려웠고, 여유롭게 커피를 음미하기에는 너무 혼잡하고 소음이 심했다. 관광지 카페들의 전형적인 한계였다. 그때 문득 회한이 밀려왔다. '내가 만약에 도중에 발견했던 그 로컬 카페에 갔으면 어땠을까? 훨씬 고요하고 편안했을 텐데? 그 경험이 더 인상 깊지 않았을까?' 이 사소한 선택이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왜 나는 현재 순간, 눈앞에 펼쳐진 특별한 기회, 예상치 못한 가능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대안을 탐색하려고 할까? 물론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며 사는 게 의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지금 여기서의 만족이라는 것도 동등하게 가치 있지 않을까? 그 카페 앞에서의 2초 망설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나는 확실함을 선택했지만, 정작 그 확실함은 시끄럽고 복잡했다. 반면 불확실했던 선택지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칭다오의 그 카페는 결국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곳이 내게 던진 질문은 여전히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카페가 궁금해 다시 칭다오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