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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테이블 팀

SEP 04, 20254분

최근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조직 구조를 실험하면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원하는 팀은 어떤 모습일까? 혼자 일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변화의 시점에서, 내가 꿈꾸는 팀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이 아마존의 '피자 두 판 팀'을 알고 있다. 피자 두 판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인원, 보통 5-10명 규모의 팀을 말한다. 소통이 원활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단위라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팀은 그보다 더 작다. 네 명이 식당의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정도. 아주 작은 단위지만, 식사할 때 서로 다른 테이블에 나눠 앉지 않아도 되는 팀이다. 혼자 일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사고의 편중이다. 같은 관점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한 테이블 팀을 꿈꾼다. 이 팀에서 각자의 역할은 단순히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사고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장치가 된다. 이상적인 모델을 떠올리면 드라마 《하우스》의 진단팀이 생각난다. 하우스와 포먼, 체이스, 캐머론이 회의실에 모여 환자의 증상을 놓고 각자 다른 가설을 제시하며 격렬하게 토론하는 장면 말이다. 그들은 자주 부딪히고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더 정확한 진단에 도달한다. 내가 원하는 팀도 마찬가지다.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한다. 신중함, 직관, 공감 능력처럼 서로 다른 특성이 모였을 때 더 깊고 넓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사고의 교류는 꼭 회의실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점심을 함께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가벼운 대화에서도 시작된다.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나온 한마디가 깊은 논의로 이어지곤 한다. "그 기능, 이렇게 바꿔보면 어때?" 혹은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불편이 있지 않을까?" 같은 질문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나 커피 비용을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고를 넓히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작은 대화가 결국 팀의 사고 폭을 넓히고, 제품과 서비스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요즘은 AI가 많은 업무를 보조한다. 하지만 사고를 주고받고, 서로의 관점을 검증하는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팀원은 함께 고민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과정에서야 비로소 더 나은 결정에 다가갈 수 있다. 하우스가 "모든 환자는 거짓말을 한다"라고 말하며 기존 가정을 흔들 듯, 우리 역시 당연한 전제들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 나는 능력 그 자체보다 태도와 성향을 더 중요하게 본다. 문제가 생겼을 때 "왜 이런 일이 생겼지?"라고 원망하기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지?"를 먼저 묻는 사람, 자신과 다른 의견이라도 들어보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부분을 찾으려는 사람, 회의 중에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끝나면 감정을 남기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성숙함을 가진 사람, 더 나은 근거가 나오면 주저 없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팀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토론하는 사람. 이런 성향들이 모였을 때 작은 테이블 위에서도 큰 시너지가 만들어진다. 결국 내가 말하는 한 테이블 팀은 단순히 함께 일하는 집단이 아니다. 사고와 결정을 다양화하는 장치다. 네 명이 테이블에 앉아 나누는 대화와 교류가 곧 팀의 에너지이고, 그 에너지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작은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결국 큰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팀워크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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