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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채용

SEP 18, 20257분

요즘 대학에 출강을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로부터 취업 관련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요?",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면접에서는 뭘 준비해야 하나요?" 학생들의 눈빛에서는 간절함과 동시에 막막함이 느껴진다. 그 질문들을 들을 때마다, 지난 8년간 매니저로서 직접 채용을 담당했던 경험들이 떠오른다. 인턴부터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함께 일해보면서 채용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이력서에 적힌 모습, 면접에서 보여주는 태도, 실제로 협업할 때의 모습은 종종 큰 차이가 있었다. ## 채용에 대한 나만의 생각 이런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은 "채용이란 무엇인가?"였다. 처음에는 '실력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시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채용은 단순히 한쪽이 선택하는 과정이 아닌 것 같다.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팀이나 면접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 어떤 곳에서는 기술적 깊이를 중시한다. 어떤 곳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나 소통 역량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래서 어떤 하나의 정답이나 모범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채용을 퍼즐 맞추기에 비유하고 싶다. 회사는 자신들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다. 구직자 역시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며 맞춰가는 것이라고 본다. ## 내 채용 철학의 변화: 세 단계 돌이켜보면 내 채용 철학은 크게 세 단계를 거쳐 변화했다. 각 단계는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본 과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각각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 1단계: 기술 중심주의 처음 면접관이 되었을 때 나는 솔직히 막막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력서에 적힌 기술과 경험을 기준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했나요?", "이 기술을 왜 선택했나요?" 같은 질문들이었다. 당시에는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기술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판단은 기술 역량 중심으로 내려졌다. 실력이 뛰어나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몇몇 채용에서는 잘 맞았다. 뽑힌 사람들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했다. 문제 해결에도 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를 느꼈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협업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의견을 고집해 팀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우리 팀이 만드는 서비스는 대규모 실시간 시스템이 아니었다. 생명과 직결된 소프트웨어도 아니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B2B 서비스였고, 약간의 성능 이슈나 버그가 있어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우리한테는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만이 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단계: 협업과 소통 중심주의 이후 나는 협업과 소통 능력에 더 주목했다. 면접 질문도 달라졌다. "동료와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조율했나요?", "프로젝트가 어려울 때 팀과 어떻게 소통했나요?" 기술적 질문을 할 때도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가 다른 기술을 제안한다면 어떻게 판단하시겠어요?" 같은 식으로 소통 과정을 중시했다. 이렇게 함께 일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을 많이 했더니 팀 분위기는 한층 좋아졌다. 서로 편하게 질문했다. 코드 리뷰도 건설적으로 진행되었다. 팀 전체의 생산성도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 접근에도 약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기술적 성장 속도가 느린 경우가 있었다. 중요한 순간에도 결정을 미루며 합의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기술적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겼다. 특히 한 팀원이 "저는 기술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적 호기심이나 학습 의욕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 3단계: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 결국 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여러 회사의 기술 블로그였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당근 같은 유명 기업들의 글을 읽었다. 유명 기업들의 글을 읽다 보니 공통된 패턴이 보였다. 문제 정의 → 목표 설정 → 해결책 조사 → 현재 상황 분석 → 대안 비교 → 최적의 해결책 선택 → 실행 및 개선 → 결과 정리. 회사는 다르고 작성자도 다르지만, 글의 구조가 거의 비슷했다. 여기서 나만의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을 잘한다'는 것은 특정 기술을 아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능력**인 것 같다. 즉, 주어진 업무를 그냥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는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가면서 일하는 능력 말이다. 내 경험상 이런 사고와 실행 과정을 갖춘 사람이라면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스스로 학습한다. 협업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도 개선해나간다. 그래서 지금 내가 찾고 있는 인재상은 바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 내가 보는 채용: 상호 선택의 과정 그렇다면 내가 보기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설령 있다 해도 작은 회사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와도 오래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찾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의 완벽함보다는 **일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문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졌는지, 동료들과 건설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내가 이력서와 면접에서 보고자 하는 진짜 모습이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이력서를 볼 때도 다르다. 완벽한 프로젝트 경험이나 화려한 기술 스택보다는 다른 걸 본다.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는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는가", "팀원들과 어떻게 협력했는가"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본다. 기술적 소양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당장 모든 기술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기술적 호기심과 학습 능력이 있느냐'를 보는 것에 가깝다. 내 생각에 채용은 단순한 평가나 선별이 아니다. 회사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고, 구직자는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서 나온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른 회사, 다른 팀,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채용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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