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 이름의 의미
사람들은 내게 회사 이름의 의미를 묻는다. fi-workers. 입 밖으로 내뱉으면 꼭 한 번쯤 다시 설명해야 하는 이름. 발음도, 철자도 낯설다. 상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한 번 물어본다. "파이... 워커스요?" 그럴 때마다 나는 천천히, 한 글자씩 풀어서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그 낯섦이 좋다. 조금은 설명이 필요한 이름, 조금은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이름. 이름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말하게 된다. 이름 속 'fi'는 financial independence, 경제적 자유를 뜻한다. 경제적 자유라고 하면 보통은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자산'을 떠올린다. FIRE 운동처럼, 젊을 때 열심히 벌고 아껴서 일찍 은퇴하는 것. 자산 수익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상태. 사람들은 그 말을 들으면 종종 눈빛이 달라진다. 부동산 투자나 배당 포트폴리오, 혹은 억대 자산을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 이름에 담고 싶었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그건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다. 돈이 많아서 얻는 여유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돈이 기준이 되지 않는 상태. 경제적 이유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삶.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내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 적게 벌더라도,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fi-workers라는 이름은 그런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나는 더 이상 쫓기고 싶지 않다. 한때는 나도 그랬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멀리. 성장 곡선을 그리고, KPI를 달성하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했다. 그게 성공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사는 이유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남이 원해서 그랬다는 걸. 이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대신, 의미 있게 남고 싶다. 성공의 속도가 아니라, 지속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싶다. 일을 멈추고 싶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일은 내 삶의 언어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코드를 쓰거나 글을 다듬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들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다만 이제는 그 언어로 남을 설득하거나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투자자를 감동시킬 피칭 덱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시장의 기대에 맞춰 방향을 틀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용히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물론 최소한의 수익은 필요하다. 먹고살아야 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고, 가끔은 여행도 가고 싶다. 현실을 외면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끝없이 추구할 필요는 없다. 작년보다 두 배 성장하지 못해도 괜찮고,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느려도 좋고, 작아도 괜찮다. 마치 동네 구멍가게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필요한 건 다 있고, 주변 사람들이 필요할 때 찾아오는 그런 곳.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필요한 만큼만 채워진 공간. 그게 fi-workers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다. 나는 더 이상 '얼마나' 벌었는지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명함에 적힌 직함이나, 포트폴리오에 나열된 숫자로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포기했으며, 왜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를. 쫓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하루를 의미 있게 채우면 된다고,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다시 문을 연다. 작은 가게처럼,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