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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방법 (1) 책 읽기

OCT 30, 20255분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자기개발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럴 때 나는 3개의 방법을 추천한다.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책을 3번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다. 나는 스스로를 비전공자라고 생각하지만,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개발자가 된 나를 주변 사람들은 '반달'라고 불렀다. 반쪽짜리 전공자라는 뜻이었다. 공대를 나오긴 했지만 개발과 관련해서 배운 건 자료구조와 반도체 설계 수업의 일부였던 CPU 설계 정도가 전부였다. 내 주변 동기들은 대부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 현대건설이나 포스코 같은 건설·중공업 회사로 취업했다. 나는 공채로 입사한 회사에서 의도하지 않게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에 배정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다. 프로그래밍이라고는 학교에서 자료구조 몇 시간 배운 게 전부였는데, 갑자기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공학과 출신 동료들은 4년간 체계적으로 배운 알고리즘,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등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대화할 때마다 "아, 이건 학교에서 배웠는데"라는 말을 들으며 내 지식의 공백을 실감했다. 회사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기술적인 대화를 할 때면 더욱 위축되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가 얼마나 기초가 부족한지 드러날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때 나는 매우 미숙했다. 결국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때 떠오른 것이 책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가장 익숙한 학습 도구였다. 퇴근 후 서점에서 개발 서적 코너 앞에 한참을 서성였다. 'C++', 'Java', '알고리즘', '디자인 패턴'...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책들이 가득했다. 나는 당장 해야 할 업무를 잘 하고 싶었다. 윈도우에서 구현된 프로그램을 리눅스로 포팅하는 작업이었는데, 우선 기존 코드를 읽을 수 있어야 했다. MFC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MFC 관련 책을 선택했다. 집에서 책을 펼쳤을 때 첫 페이지부터 모르는 단어 투성이었다. 클래스, 객체, 상속, 다형성...,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멈추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 나와도 그냥 넘어갔다. 마치 외국 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 것처럼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끝까지 읽고 나니 뭔가 느낌이 왔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아,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방향으로 가는 거구나' 하는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첫 번째 읽기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두 번째 읽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예제 코드를 하나하나 직접 타이핑해보기로 했다. 이론만으로는 부족하고 직접 손으로 만져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오타 때문에 에러가 나고, 설정 때문에 실행이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구글에서 에러 메시지를 검색하고 MSDN 문서를 뒤지며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별도로 키워드를 정리해두었다. "나중에 이해하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일단 미뤄두었다. 마지막 예제까지 모두 실행한 후 다시 처음부터 가볍게 읽었다. 이번에는 예제를 따라 하지 않고 그냥 읽기만 했다.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두 번째 읽기에서 전혀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갑자기 명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복잡한 회로도를 보다가 갑자기 전체적인 동작 원리가 보이는 순간과 같았다. "아, 이래서 이렇게 했구나!", "이 부분은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들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다 보니 다른 책을 읽을 때 이전에 읽었던 책과 겹치는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건 저번에 본 개념이네"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 권을 읽는 데 몇 주가 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기초 지식이 쌓이면서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신입 때 시작한 이 책 읽기 습관은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1주에 1권씩 꾸준히 읽고 있다. 요즘에는 개발 서적보다 제품이나 비즈니스 관련 책을 더 많이 읽지만, 3단계 반복 학습법과 1주 1권이라는 페이스는 변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전체 흐름 파악, 두 번째는 세부 실습, 세 번째는 전체 이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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