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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팀원들과 일하는 방법

NOV 27, 20256분

팀으로 함께 일한다는 것은 결국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것을 회의라고 부를 수 있겠다. 회의 전에 미리 알고 있는 정보들을 먼저 공유한다.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제약이 있고, 이런 요구사항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해야 하는 것들, 논의해야 하는 목적에 대해 각자 생각해오라고 한다. "다음 회의에서 이 부분들을 결정해야 하니까 미리 생각해와 주세요." 회의실에 가기전 나도 미리 여러 생각들을 정리해뒀다. "이 기능은 이렇게 구현하면 좋겠다", "저 부분은 이런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면 그 생각들을 바로 꺼내지 않는다. 대신 가볍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팀원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왜 이렇게 할까?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하면 팀원들은 그 프레임 안에서만 생각하게 된다. 리더의 의견이 먼저 나오는 순간, 다른 가능성들은 묻혀버린다. 게다가 팀원들은 내 의견에 반대하기보다는 동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조직 내 권력 구조상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창의적 사고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이기도 하다. 먼저 내 의견을 숨기고 팀원들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진짜로 듣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의견 있으세요?"라고 묻고 잠깐 기다린 후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들의 생각이 충분히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내가 미리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나올 때가 많다. 때로는 내 아이디어보다 훨씬 나은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등장한다. 그 순간이 가장 좋다.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질문을 던진다. "왜 이 방식을 선택했나요?", "이 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요?" 이건 일부러 따져 묻는 게 아니다. 나도 정말 궁금하다.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그런 결정에 이르렀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알고 싶다. 여기서 핵심은 질문의 의도다.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거나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사고 흐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어서 묻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그 결정에 동의할지 반대할지, 어떤 의견을 보탤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진정성은 상대방도 느낄 수 있다. 질문을 통해 더 깊은 의도를 파악하게 되고, 질문을 받은 사람도 자신의 사고 과정을 다시 점검할 기회를 갖는다. 자기 생각의 빈틈을 발견하게 되고, 때로는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배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방어적으로 답변한다. 질문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방어적이 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 아이디어가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질문에 익숙해지고, 미리 생각을 정리해오기 시작한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근거를 준비해온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은 변한다. 결과물과 자신을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된다. "내 아이디어가 비판받았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있다"로 인식이 바뀐다. 판단의 깊이가 달라진다. 자신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긴다. 팀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질문까지 한 후, 그제서야 내 생각을 보태고 취합해서 마무리한다. 이때 내 생각은 여러 의견 중 하나일 뿐이다. 리더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회의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의견을 나누거나 리더의 결정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생각을 깊게 탐구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시간이 된다. 팀 전체의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실제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한다. 세세하게 다 알려주지 않고, 일단 먼저 스스로 해보게 한다. 많은 리더들이 빠르게 답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단기적 관점일 뿐이다. 일일이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직접 해보는 것의 학습 효과는 설명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에러 메시지를 직접 읽고, 문서를 스스로 찾아보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진정한 이해가 일어난다. 이렇게 얻은 지식은 오래 남고, 비슷한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처음에는 팀원이 막막해한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어볼 때가 많다. 이때 바로 답을 주고 싶은 유혹이 든다. 하지만 참는다. "일단 시도해보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고민해봐요"라고 말한다. 물론 완전히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할 때는 도움을 준다. 하지만 최대한 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팀원들의 성장과 자립에 훨씬 도움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 모든 것이 판단력을 키운다. 이 방식은 단순히 효율적인 회의 방법이 아니다. 팀에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질문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자라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리더인 나 역시 이 과정에서 많이 배운다. 팀원들의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서 내 생각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아이디어들을 만나게 된다. 팀원들은 자립하는 능력을 키우고, 나는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배운다. 진정한 의미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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