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실망과 함께 걷기

DEC 04, 20252분

제품 만들기 챌린지를 운영하던 중 한 참여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사실 어제오늘 사용자 설문 메일을 보냈는데 응답이 0개라 약간 풀이 죽은 상태였는데요." 자신이 만든 앱을 열심히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일이었다고 했다. 그 짧은 문장에서 많은 실망감이 느껴졌다. 제품을 만들면서 마주하는 실망은 다양하다. 사용자 인터뷰에서 "이런 기능 있으면 쓸 것 같아요"라고 했던 사람들이 막상 기능을 만들어 내놓으면 침묵으로 답한다. "구매하겠다"던 사람들은 구매하지 않고, "사용하겠다"던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요청해도 응답이 없고,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쓰겠지"라는 예상은 빗나간다.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보내도 답변은 0개다. 자기 제품을 한다는 것은 실망과의 싸움인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싸움이라기보다 실망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실망은 이 길의 단골손님이다. 매일 찾아와서 "오늘도 안 됐네"라고 속삭인다. 처음에는 이 목소리를 떨쳐내려고 애쓰지만, 실망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실망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다시 고쳐나가고 수정해 나가는 것. 실망을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실망은 이 일의 일부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동반자다. 그렇다면 실망에 멈춰 서지 말고 받아들이고, 고쳐나가고, 계속하는 것이 낫다. 실망이 와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 오늘 설문 응답이 0개여도 내일 또 보내고, 오늘 사용자가 없어도 내일 또 개선하고, 오늘 실패해도 내일 또 수정하고 도전하는 것. 그렇게 실망을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면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행동에 집중하며 실망과 함께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작은 것들이 쌓여 있다. 답장 하나, 새로운 유저 하나. 계단식 성장이라고 했듯이 평지가 더 길지만, 계단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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