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기 강의를 마치며
대학에서 첫 학기 강의를 마쳤다. 겸임교수로서의 첫 도전이었다. 학생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강의자료를 준비하며 관련 내용을 다시 공부하고 철저히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 애매했던 부분들을 재확인하고,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지점들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강의자료를 만들면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설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니, 단순히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정확한지, 최신 정보인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다시 찾아보고 검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도 발견했다. 애매하게 알고 있던 개념들이 명확해졌고, 이론들 간의 연결고리도 더 분명해졌다. 중간에는 온라인 강의도 진행했다. 이클래스에 업로드할 강의 영상을 녹화하는 작업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예전에 노마드 워커 스쿨에서 첫 강의를 녹화해본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그때보다는 수월했지만, 여전히 현장 강의보다 더 힘들었다. 녹음, 녹화, 편집 과정을 모두 거쳐야 했고, 이 영상이 영구히 남는다는 부담감이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 한 번 잘못 말하면 그대로 남는다. 그 책임감의 무게가 다르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강의 내용을 다시 돌아보며 재점검했다. 잘못 전달한 내용은 없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즉시 보완하여 학생들에게 알렸다. 지식 전달에 대한 책임감이 그렇게 작동했다. 책을 쓰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곧 출간할 책이 있는데, 내가 LLM 서비스를 개발하며 공부하고 실험했던 경험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련 이론들을 다시 확인하고 체계화했다. 책에는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한 번 출간되면 수정이 어렵고, 수많은 독자들이 읽게 된다. 그래서 검토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두 번째 책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나 역시 많은 것을 다시 배우고 깨닫게 된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 남에게 설명해야 할 때 비로소 그 지식이 진정 내 것이 된다. 학생들에게 설명하려 하니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 드러났고, 책으로 정리하려 하니 이론들 간의 연관성이 더욱 명확해졌다. 단순히 알고 있는 것과 제대로 이해하여 설명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강의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하고, 책을 쓰는 일련의 과정. 이런 산출물을 만드는 준비 과정에서 내가 아는 지식들에 대해 더 견고하게 알게 되고, 더 정확하게 알게 되며,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도 개선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문가들도 스스로 더욱 성장하게 된다. 가르치는 것은 곧 배우는 것이고, 정리하는 것은 곧 이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