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협업은 키치에 가깝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으며, 키치라는 개념이 오래 남았다.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키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불편함과 모순을 덜어내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만 남기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존재에 대한 범주적 동의"라고 불렀다. 잔디밭을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흘리는 첫 번째 눈물, 그리고 그 감동에 함께 젖어 있는 자신을 보며 흘리는 두 번째 눈물. 키치는 그 두 번째 눈물의 세계다. 아름답지만, 그래서 조금 의심스럽다. 경영서들은 대부분 이 방식으로 현실을 설명한다. 협업과 리더십을 다루는 책들은 비슷한 장면을 반복한다. 구성원은 존중받고,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며, 갈등은 적절한 프로세스를 통해 해소된다. 훌륭한 리더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고, 팀은 그 안에서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한다. 읽는 동안은 설득된다. 문제는 그 설득이 현실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편한 요소를 제거할수록 메시지는 더 쉽게 소비되기 때문이다. 경영서의 그림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애초에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다. 감정, 자존심, 이해관계, 타이밍. 실제 조직에서는 분명하게 작동하지만 매끄러운 이야기 안에는 들어갈 수 없는 요소들이다. 누군가의 의견이 내용보다 직급으로 먼저 읽히는 순간, 피드백이 전달되기도 전에 감정을 통과하는 과정, 합의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장 큰 목소리로 수렴되는 결론. 경영서는 현실을 틀리게 설명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들을 지운 상태에서 설명한다. 키치가 작동하는 방식이 그렇다. 현실의 장면은 그 그림과 다르다. 말을 꺼내면 무시되거나 과잉 반응이 돌아오고, 논의는 설득과 방어가 뒤섞인 싸움으로 흐른다. 이런 일은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예외처럼 취급한다. 책이 제시하는 그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현실이 어긋날 때, 우리는 현실이 아니라 사람을 고치려 든다. 프로세스를 의심하고, 리더의 성장을 문제 삼고, 팀 문화를 탓한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결함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워져 있던 것들인지도 모른다. 지도에 없는 길을 틀렸다고 말하는 셈이다. 좋은 협업은 매끄러운 그림을 구현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지워졌던 것들—말하기 불편한 감정, 충돌하는 이해관계, 설명되지 않는 역학—을 다시 드러내는 데서 시작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키치에 맞서는 인물들이 그랬듯,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그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밖에 있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키치를 알아보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실제 협업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