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의

JUN 14, 20265분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대개 문제를 풀러 모인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고,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고, 맡은 몫을 잘 해내고 싶다. 그런데 한동안 일하다 보면, 일을 정말로 어렵게 만드는 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같은 문제를 보면서도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다르고, 같은 설명을 듣고도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조직에서 일한다는 건 문제를 푸는 일인 동시에, 서로 다른 머릿속을 맞춰 가는 일이기도 하다. 한때 나는 좋은 회의란 가장 논리적인 사람이 나머지를 설득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근거가 가장 탄탄한 의견이 채택되고, 모두가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기억에 남는 회의들을 떠올려 보면, 이상하게도 누가 이겼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의 안이 통과됐는지조차 흐릿한 경우가 많다. 대신 이런 장면이 남는다. 누군가 말을 하다 잠깐 멈추고 "아, 그러면 이건 안 되겠네요" 하며 자기 말을 스스로 접는다. 그 한마디에서 대화의 방향이 살짝 틀어지고, 거기에 다른 사람의 우려가 얹히고,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지면서, 처음보다 조금 나은 생각이 만들어진다. 회의가 끝날 무렵이면 처음의 의견은 이미 여러 번 모양을 바꾼 뒤다. 누구의 생각이었는지 가려내기 어려울 만큼 서로 섞여 있다. 좋은 회의는 아마 그런 것 같다. 내 생각을 지켜내는 일이 아니라, 같이 생각을 키워 가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많은 토의를 해온 사람도,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도 모르게 내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오래 다듬은 아이디어일수록 비판은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스스로 '이건 안 되겠다'고 접을 때와, 남이 그렇게 말할 때는 다르다. 회의 전에는 아이디어와 사람을 분리하자,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말이 반복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도, 사람은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 말은 반응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다. 반응이 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과제 중심으로 말하자는 약속에 가깝다. 어쩌면 그럼에도 토의를 계속해야 하기에 꺼내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은 토의에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맞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마음, 설득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 보려는 마음, 더 나은 생각이 나타났을 때 내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회의에서 A 기술이 맞다, B는 안 된다고 말할 때도, 나도 그랬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아는 게 진짜 다 아는 건 아니었다. 내 경험이 내 지식의 경계를 그리고, 그 안에서만 주장을 계속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것만 써 봤고, 다른 선택지는 제대로 모르고 있었는데도, 옳다고 믿는 것과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옳아 보이는 것을 같은 말로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요즘은 주장하기 전에 반대로 생각해 본다. 왜 내가 이쪽을 편들고 있는지, 경험의 편향 때문은 아닌지. 그리고 저 사람은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그 상황에서 무엇을 보고 말하는 건지. 내가 모르는 쪽에서 다시 짚어 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강하게 논의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었던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A로 하든 B로 하든, 이쪽이든 저쪽이든 상관없었던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오히려 그 논의가 업무 진행을 막고, 딜레이만 만들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정말로 중요한 결정도 있지만, 차이를 만든 건 선택 자체가 아니라, 실행하고 배우고 고치는 속도였다. 우리는 정답을 알아서 토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토의한다. 토의는 정답을 고르기보다, 결정에 앞서 서로의 우려를 꺼내 두고 같이 이해해 두기 위해서다. 그래야 막상 움직일 때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갈 수 있다. 완벽한 답보다, 충분히 괜찮은 답을 고르고 빠르게 움직이고 필요하면 다시 손보는 쪽이 더 중요하다. 좋은 팀은 누가 더 옳은지를 증명하기보다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데 힘 쓰는 곳이다. 함께 일한다는 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다. 충분히 고민해 결정하고, 결정했으면 함께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어쩌면 좋은 팀이란 늘 정답을 맞히는 팀이 아니라, 함께 배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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