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책방 아비투스

AUG 28, 20254분

<link-preview url="https://maily.so/habitus" title="아비투스 뉴스레터" target="_blank"> </link-preview>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는 우리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몸에 익히게 되는 사회적 태도, 습관, 취향을 뜻한다. 이것은 개인의 단순한 선택이나 취향을 넘어선다. 아비투스는 우리 안에 깊숙이 내재된, 사회 구조와 문화적 자본이 교묘히 얽힌 결과물이다. 즉, 우리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경험, 교육,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산물이다. 책방 ‘아비투스’는 바로 이 복잡한 ‘무의식의 사회성’을 마주하는 공간으로서 존재하고자 한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방문객 각자가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사회적 습관을 마주하고 성찰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축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책방에서의 큐레이션은 단순히 인기 있는 책을 나열하거나 트렌드에 맞춰 책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읽고 고른 책들은 나의 경험과 철학적 고민,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 이 큐레이션은 방문객의 아비투스를 자극하는 ‘작은 개입’이다. 익숙한 취향의 연장선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하고 새로운 시선을 제안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개인의 습관과 생각의 틀을 흔들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 독자가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사회 비평서나 철학 서적을 큐레이션 공간에서 마주하는 순간, 그 경험은 단순한 독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책은 그가 속한 사회적 위치와 맞물려 형성된 아비투스를 되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 양식에 질문을 던지는 자극제가 된다. 이렇게 큐레이션은 개인과 사회의 무의식적 연결고리를 깨닫게 하는 하나의 ‘사회적 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책방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모임, 글쓰기 워크숍, 작가와의 만남 같은 커뮤니티 활동은 아비투스의 사회적 재생산과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아비투스는 개인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수정된다.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와 교류는 각자의 무의식적 습관을 드러내고 서로 비교하며,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융합하는 과정이다. 이런 사회적 경험은 방문객들이 자신과 타인의 아비투스를 인식하게 만들고, 기존의 익숙한 사고방식을 넘어 새로운 인식과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모임이라는 장은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문화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현장’이며, 책방 ‘아비투스’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철학적 실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핵심 요소다. 또한, 책방 내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편안하게 머무르는 시간 자체도 아비투스의 변화를 돕는 소중한 경험이다. 일상의 익숙한 습관이 잠시 멈추고 새로운 감각과 생각이 스며드는 시간과 공간은, 개인의 무의식적 습관을 성찰하고 새롭게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책방 ‘아비투스’는 책과 큐레이션,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개인과 사회, 무의식과 의식, 습관과 변화가 맞닿는 접점이 된다. 이곳은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실제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작은 실험실’이며, 방문객 모두가 자신의 내면과 사회적 조건을 재인식하고, 나아가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아비투스’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단지 철학적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책방 운영 전반에 깔린 철학이자, 큐레이션과 모임, 그리고 일상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삶의 태도이다. 나는 이 공간에서 책과 사람, 그리고 사회가 서로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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