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먹여주지 않고 스스로 먹게
요즘 코딩 과외 일정이 부쩍 늘었다. 처음엔 부업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게 내 본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상치 못한 변화지만, 나쁘지 않다. 여러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가르치는 일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작년 하반기 컴공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했던 경험이 지금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때 깨달았던 것은 교육이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코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 미숙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할 수 있을지,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사람마다, 대상마다, 목적마다 교육 방식이 다르다. 신입이나 주니어의 경우와 아직 미취업한 학생들에게는 각각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도 근본적으로 하나의 축은 있다. 내가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혼자 공부하다 보면 막히는 순간들이 있는데, 살짝만 도와줘도, 트리거만 줘도, 힌트만 줘도 언덕을 바로 뛰어넘어서 성장을 빠르게 도모하고 중도 포기하지 않게 계속 전진할 수 있다. 나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좀 더 빠른 길, 지름길, 꼼수 이런 것에 유혹되어 가볍게 넘어가려 하는데, 나는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기초에 대해서 깊게, 그리고 차분히 차근차근 하나씩 걸어가서 단단한 밑거름이 되게 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단순히 기술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근본 원리를 깨우치고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게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최근에 OAuth 2.0을 공부하는 학생을 가이드하고 있다. 나는 특정 기술에 대해 강의를 해주지 않고 스스로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형식으로 한다.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스스로 설명해보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 학생은 내가 OAuth2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여기고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 누락된 부분이나 확신이 없는 설명들에 질문을 하고, 부연설명을 해주며,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조금씩 설명을 늘려가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시간에 이 학생이 OAuth의 인증 플로우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놀랐다. 단순히 암기한 게 아니라 진짜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설명도 명확하고 논리적이었다. 그 순간 이 친구가 집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지 상상이 됐다. 아마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반복해서 읽어보고, 그림도 그려가며 정리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를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다른 학생들을 멘토링할 때도 비슷한 순간들이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 어떤 학생은 질문을 많이 던지며 깊이 파고들고, 어떤 학생은 묵묵히 실습 위주로 접근한다. 저마다의 학습 스타일이 있고,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 그리고 학생들이 "말로만 조언하는 멘토가 아니라, 제가 어디서 막히는지 바로 짚어주셨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했어요", "제품 중심 개발 마인드가 처음으로 ‘와닿았’습니다. 관점이 달라졌어요." 이렇게 건네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 단순히 기분이 좋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무언가다. 내가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확신이 들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길일지 모른다. 본업이 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