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두려움과 떨림

NOV 20, 20253분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제품에 내 이름을 새기는 순간부터 두려움이 시작된 듯하다. 이 두려움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것 같다. 새로운 고객이 생기고 지표가 개선되며 작은 성과를 거두어도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서, 성과가 쌓일수록 두려움은 오히려 깊어지는 것 같고, 그 무게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불안하지 않느냐고, 더딘 성장이 두렵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가 경험하기로는, 두려움은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창업자가 된 이상 사업을 접기 전까지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숨을 쉴 때마다 함께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곤 한다. 고객은 참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 같다. 인터뷰에서 "정말 필요한 기능이에요"라고 말할 때의 진지한 눈빛은 분명 진심이었다. 그들의 불편함과 기대도 진실했다. 그런데 제품을 출시하면 찾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이 정작 사용하지 않는다. 결제 직전까지 가다가 떠나고, 가입은 하지만 일주일 후에는 로그인하지 않는다. 이때의 두려움은 단순한 실망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고객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한 건 아닐까, 내가 만든 해결책이 문제의 핵심에 닿지 못한 건 아닐까, 나에게 사업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밀려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생각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려 해도 감정이 앞서고, 침착하려 해봐도 마음이 불안해지곤 한다. 두려움에 휩싸이다 보면 더 깊은 의심들이 고개를 드는 것 같다. '내가 길을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그때 그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다른 길로 가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 스타트업에게 고객이 떠나는 일은 단순한 수치 이상인 것 같다. 그것은 내가 만든 것에 대한 거절처럼 느껴진다. 오늘 한 명이 떠나면 내일 또 다른 고객이 떠날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온다. 그런데 더 어려운 건 무관심인 것 같다. 떠나기라도 하면 반응이 있는 것인데, 아무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이 더 막막하게 다가온다.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아무리 말해도 반응이 없는 상태. 그 고요함 속에서 모든 확신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이런 두려움들을 하나씩 써보니 다소 무겁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 한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떨림마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두려움은 내가 이 일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표시이며, 고객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여겨진다. 그 떨림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창업자의 두려움은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받아들이고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느낀다. 이 두려움과 매 순간의 떨림은 나를 더 민감하게, 더 신중하게, 더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편안함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감각인 듯하다. 사업을 마무리하는 그날까지 나는 이 두려움과 떨림을 품고 걸어갈 것 같다. 그것이 창업자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며, 동시에 내가 진짜 이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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