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폭풍의 안과 밖

FEB 14, 20263분

오랜만에 회사에 다니면서 또 다른 대격변의 시대에 들어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간 나도 폭풍 안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폭풍을 밖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운 좋게도 여러 변화의 순간을 경험해왔다. 딥러닝과 텐서플로가 시작되던 시점, 'GPU라는 걸 쓰면 연산이 빨라서 학습이 가능하다'던 시절에 AI를 공부했다. IT 버블 시기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자바 3명 타세요'라고 하던 암흑기에 개발을 시작해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급성장하는 시절을 그 안에서 겪었다. 그때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변화라는 게 또 존재할 줄 몰랐다. AI와 코딩이 만나는 격변의 시기에, 어쩌면 마지막 격변이라고 하고 싶은 이 시기에 내가 다시 들어서게 되었다. 1년간 혼자 개발하면서는 AI와 코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나 혼자 할 때는 내가 생각하는 깔끔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AI와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AI 이전에도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구조적으로 괜찮지만 빠르게 제품화하는 걸 나름 잘했는데, AI가 있으니 그냥 최고의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주니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어설픈 상태에서 AI와 빠르게 작업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잘하는 사람은 AI가 짠 코드를 보지 않아도 AI가 좋은 퀄리티의 코드를 만들어낸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AI를 아무리, 토큰을 아무리 써도 한계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AI를 쓰게 되면 오히려 잘하는 사람이 되기에는 더 멀어지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지금 시대에 매니징을 하다 보면 여러 고민이 생겼다. 이전에 내가 매니징 했던 것과 너무 다른 상황이고, 기존의 방법대로 하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공부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회사에서는 AI로 더 빠르게 아웃풋을 내기를 기대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AI와 함께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해 성장할 수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가진 팀원들을 어떻게 가이드해야 할까? 나는 AI 코딩 시대 전에 개발을 시작해서 여러 성장의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성장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계속 생각해보니, 결국 AI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코딩을 더 쉽게 만들어줄수록, 개발자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 같다. AI는 '어떻게 만들지'는 잘 해결하지만, '왜 이걸 만들어야 하는지',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는 판단하지 못한다. 조금 더 미래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왜'를 판단하는 능력이 핵심인 것 같다. 좋은 구조가 뭔지 아는 감각,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보고 이게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는 눈. 이런 것들은 결국 직접 고민해본 경험에서 나온다. 그래서 AI를 쓰더라도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만들어주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5년 뒤 누군가의 예언대로 AGI가 온다면 뭐, 그때는 또 다른 변화에 맞춰야겠지. 그 전까지는 일단 이 방향으로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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