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간 면접
얼마 전 멘토링 중, 한 주니어 개발자가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스타트업 면접 제안을 받았지만, 정작 그곳에 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회사 규모도 작고, 자본금이나 매출 현황도 불투명하며, 복지와 근무 환경도 잘 알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이 가장 걱정돼?”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면접에서 급여나 복지 같은 민감한 질문을 했다가 합격에 불이익이 있을까 두려워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한번 경우의 수를 나눠서 생각해보자. 네 앞에는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어. 첫째, 면접에 아예 가지 않으면, 그 회사에 취업할 기회는 없다. 둘째, 용기를 내어 면접에 가서 솔직하게 질문하고 떨어지면, 역시 취업은 안 되지만 시도해본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질문에 떨어뜨리는 회사라면 오히려 가지 않는 게 맞다. 셋째, 질문하고 합격했는데 회사가 별로라면, 이미 충분한 정보를 얻었으니 가지 않으면 된다. 넷째, 질문하고 합격했는데 좋은 회사라면, 출근하면 된다.” 그는 “아, 보니까 정말 명확해지네요!” 라고 말했다. 나는 덧붙였다. “처음 두 시나리오는 결과가 같지만, 두 번째는 시도와 정보, 경험이 쌓이는 거야. 세 번째와 네 번째는 합격했지만 선택권이 네게 있다는 점에서 모두 이득이지. 결국 안 가면 무조건 안 되는 거니까, 가는 게 손해 볼 게 없는 선택이라는 거야.” 그에게 전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막연한 두려움은 구체적인 상황과 선택지로 나누어 보면 절반은 해소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질문 목록과 판단 기준을 갖고 면접에 임하면 훨씬 자신감이 생긴다. ---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나 자신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 대표가 된 이후 직접 영업을 뛰어야 하는데, 나는 원래 영업 경험이 전무했다. 개발자로 살아오며 고객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전화를 걸어 미팅 일정을 잡는 순간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최근 지인이 소개해준 홈페이지 제작 의뢰 건이 있었는데, 상대 대표가 바쁘다며 미팅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다시 연락해야 했지만, 전화기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내가 연락해서 부담 주는 건 아닐까?’ ‘지금은 필요 없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여러 막연한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전화를 하지 않으면 계약 가능성은 영원히 0이다. 전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계약이 성사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가능성의 문은 열어둔다. 앞으로도 이런 전화가 수백, 수천 번 있을 테고, 이번이 실전 연습의 기회다. 나는 대표로서 영업도 내 몫임을 받아들이고, 거절도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했다. 거절 때문에 지인과 관계가 나빠질 일도 없고, 이 모든 과정이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됨을 깨달았다. 마음가짐을 바꾸자 전화 걸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두려움 대신 ‘어떤 반응이 올까’ 하는 기대감까지 생겼다. ---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은 우리 마음속에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벽일 뿐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구체적인 상황과 선택지로 쪼개어 바라보면, 관리할 수 있는 문제로 바뀌고, 그 문제들에 맞서는 구체적인 행동이 우리의 성장과 변화를 만든다. 이것은 나에게도, 그 주니어에게도, 그리고 인생에서 늘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