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싶다
역시 회사생활은 재미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점점 더 "올바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창업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배웠고, 무언가를 만든다는 일이 만드는 행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고,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읽어야 했으며, 어떤 제품은 살아남고 어떤 제품은 사라지는 이유까지 이해해야 했다. 회사에 들어간 뒤로 그 감각은 한결 정교해졌다. 조직 안에서 일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숫자로 증명하는 일이었고, 나는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성장해갔다. 인정도 받았다. 예전보다 훨씬 비즈니스적으로 사고하게 되었고, 더 필요한 사람이 되어갔다. 나 역시 그런 성장을 원해서 회사에 들어간 것이었다. 더 배우고 싶었고, 더 넓게 보고 싶었고,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 하나가 함께 자라났다. 분명 나는 더 잘하고 있었는데, 동시에 무언가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피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피로와는 다른 종류의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성은 지금의 방향이 맞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면은 조용히 정말 네가 원했던 게 이것이었나 하고 되묻는다. 비즈니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라고 말한다. 팔리는 것을 만들고, 문제를 정의하고, 시장을 분석하고, 수요를 찾아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이고 강력한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자꾸 반대 방향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삶이 아니라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삶, 누가 사줄지부터 고민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옳다고 느껴지는 것을 만드는 일,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만들 수밖에 없어서 만드는 것, 그리고 우연히 그걸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어쩌면 그쪽이 내가 원하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비즈니스를 잘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어떤 특정한 직업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무언가를 더 낫게 다듬고, 형태를 잡고, 사용성을 고민하고,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면서,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무언가를 끝까지 완성해내는 사람. 세상은 효율을 말하지만, 나는 점점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끌린다. 왜 어떤 제품은 손에 쥐는 순간 만든 사람의 마음이 전해지는지, 왜 어떤 물건은 기능 이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지, 왜 어떤 경험은 사용자를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팬으로 만드는지. 그런 것들은 좀처럼 숫자로 설명되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의 집요함, 취향, 고집, 애정 같은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가끔은 두려워진다. 나는 사회적으로 점점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내가 사랑했던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답게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고, 남들 눈에는 비효율적인 길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더 빠른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가는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꾸 시장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가 진심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드는 사람으로 남는 삶을, 그런 삶을 동경하게 된다. 나답게 산다는건 모호하고,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리고 어렵다.